안티기독교 비판

안티 기독교 : 또 하나의 종교적(?) 열정(옮겨 온 글)

시골마을 주민 2010. 1. 10. 12:57

 

언제부터인가 기독교는 개독교로 불리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개독이라는 단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카페를 만들었고 회원들의 수는 상당히 많다. 가끔 이러한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놀랄 정도이다. 정강길에 따르면 90년대 후반만 해도 종교비평이라는 용어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종교인의 소득세 문제를 기점으로 안티 기독교가 형성되고 특히 2002년 이후 군소적으로 난립하던 안티 기독교 집단들이 한데로 뭉쳐 형성된 가장 큰 곳이 반기련과 같은 사이트이다. 그런데 이들의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이들은 "서당개 삼년이면 풍을 읆는다"는 속담처럼 성서에 대해서도 깊은 지식은 아니지만 웬만한 보수 기독교인들을 능가할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이 꼴통이고 논리가 전혀 없다고 공격하면서도 결국 이들도 논리가 없기는 마찬가지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정강길도 지적하고 있듯이 보수 개신교가 무조건 믿어라라는 비이성적인 토대에 근거해 자신의 견고한 신앙의 성을 쌓고 있다면 안티 기독교 그룹들도 무조건 망해라는 식의 폭력적인 논리를 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내가 보기엔 이들의 폭력적인 논리가 또 하나의 다른 형태의 종교적 열정처럼 보인다. 물론 이들에게 종교적 열정이라는 말을 쓰면 대단히 불쾌해하겠지만 적어도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의 태도는 하나의 종교적 열정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지적인 무신론자는 이들처럼 성서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파헤치지 않는다. 그냥 신이라는 것은 허황된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는 단순한 신념을 갖고 인생을 즐기며 산다. 에피쿠로스처럼 말이다. 다시 말해, 이미 죽은 신에 대해 공격해 본들 무엇하랴. 그냥 신은 없다라는 논조로 인생을 즐긴다는 것이다. 마치 피아노와 기타를 동원해 신이 없음에 관해 노래를 부르는 영국의 무신론자들처럼 말이다. 물론 근대의 서구에서도 이신론자들은 성서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전개했고 마침내 정교분리를 완성해 놓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나라에서 근대의 서구 이신론자들이 벌였던 치열한 공방이 과연 필요한가? 이러한 공방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우리 나라를 서구 기독교 국가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기독교의 선교에 의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기독교 신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가? 내가 보기엔 거의 제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독이라는 용어를 쓰며 기독교를 열렬히 비판하고 성서에 나타난 모순을 열심히 뒤져 기독교를 공격하는 이들과 타종교를 비난하기 위해 그 종교의 모순점을 열심히 찾아내 공격하는 열성 기독교인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러한 점에서 이들은 또 하나의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이들이 찾아낸 성서가 가진 모순점, 특히 구약이 가진 모순점은 교회사에서도 마르시온이라는 사람이 지적했던 문제에 불과하다. 그리고 신약이 가진 모순점은 이미 19세기 독일의 신학자들이 지적한 내용이다. 그리 새삼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 가지 말해보자. 종교는 무에서 생겨나는가? 절대 그럴리 없다. 문화도 무에서 생겨나는가? 절대 그럴리 없다. 물론 한국의  기독교가 마치 하늘에서 순수하게 떨어진 계시의 종교라고 주장하고 있기에 이들도 그러한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기독교는 그리스나 다른 이교도들의 종교에 영향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말한다. 그러나 인문학, 특히 종교학의 논의에 따르면 그리스나 다른 이교도들의 종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그 종교가 무조건 가짜이며 따라서 박멸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종교는 사람이 믿는 것이고 따라서 그 종교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그 종교의 주변 지역 종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점에서 구약 문헌도 바빌론과 페르시아 그리고 이집트 등과 같은 다양한 주변 열강들에 의해 영향을 받았고 신약 문헌도 그리스나 로마 혹은 그 밖의 다른 이교도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유대교의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러한 영향이 반드시 기독교의 '약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예수가 유대인이라면 당연히 유대 종교나 다른 유대적 전통들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그리고 예수 사후에 생긴 기독교라는 종교가 그리스나 로마쪽으로 이동하면서 그리스나 로마 종교의 영향에 놓이게 되어 헬레니즘의 언어로 기독 신자들이 선교를 했고 그에 따라 예수를 다시 재해석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정은 기독교 이외에 다른 종교들도 마찬가지이다. 불교도 유교도 이슬람교도 유대교도 세상에 있는 그 어떠한 종교도 자신과 다른 이웃 종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종교가 없다.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곳과 다른 나라에 종교가 전파될 때 전파되는 그 나라의 문화에 접목되어 원래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는 건 종교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도 어떤 특정한 종교, 특히 기독교에 유독 순수한 어떤 것을 요구하기 위해 집요하게 성서의 모순점을 파헤쳐 결국 기독교가 가짜라고 말하는 것은 인식에 있어 미천한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 역시 기독교는 계시 종교이며 따라서 순수하다는 보수주의 기독교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게다가 성서를 파헤치는 열정을 고려해 볼 때 이미 하나의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독교는 그리 순수하지 않는 다양한 종교에서 영향을 받은 짜가라는 대립항에 열을 올리는 또 하나의 종교인인 셈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한다. 종교는 결코 순수하지 않다. 종교는 늘 순수가 아닌 혼합이었고 포이에르바하가 지적한 바도 있지만 언제나 하나의 인간학이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근대의 프로테스탄트 신학자들도 신학을 인간학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안티 기독 그룹들은 이러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종교가 아니면 순수한 종교가 아니라고 말하는 소위 보수적인 기독교가 가진 논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거나 답습하면서 기독교 전체를 공격하고 있기에 이들의 인식론 역시 미천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보수적인 기독교가 미천하기 때문에 이러한 안티 기독교 인간형이 생산 혹은 복제된 것일 터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종교는 그 자신이 가진 도를 전하는 데 그 의의와 기능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 자신만이 가졌다고 주장할 수 있는 특수한 진리의 내용이 없다면 누가 그 종교를 또한 믿으려 하겠는가? (그 자신만이 가졌다고 주장할 수 있는 진리의 내용이라는 게 결국 다른 종교와 섞여 생겨난 혼합물일 수도 있지만) 물론 이 때에는 자신의 종교와는 다른 모든 종교를 거짓이라 몰아부치고 구약 시대처럼 자신의 종교와 다른 모든 종교를 말살하고자 하는 한국의 극단적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논외이다.         

 

  • http://blog.daum.net/jesuah/35   해밀의 성서 연구 보따리 블로그에서 옮겨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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