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회에 대한 비판/한국 개신교회에 대한 비판

좌파와 좌좀사이 혹은 기독과 개독사이(인터넷 경향신문에서)

시골마을 주민 2013. 6. 30. 22:56

김정일 개새끼 해봐”
못 하면 종북, 하면 반북이다.

휴전 협정 이후 6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사회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좌익 용공세력과 종북 간첩들을 척결하기 위해 날마다 고심하던 애국지사들은 마침내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사상검증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김정일 개새끼 해봐” 1분도 채 안 걸린다. 이 얼마나 편리하고도 명쾌한 방법인가.

이 기적의 사상검증법은 종북 세력만 구별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정치인에 대한 지지 성향부터 소녀시대, 아이유 같은 아이돌에 대한 ‘팬심’까지 단박에 알아낼 수 있다. ‘역사적 인간은 여러 세대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자기의 경험과 결부시킴으로써 사고의 효율성을 몇 배로 확대하였다’던 E. H. 카의 말은 비로소 한국에서 그 꽃을 피운 듯하다. 생각의 다양성과 논의의 토대를 싸그리 무시한 채 ‘네 편 아니면 내 편’, ‘적의 적은 우리 편’이란 논리로 단순화한 사고는 사상 검증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초등학생 싸움에나 어울릴법한 방법으로 종북세력을 찍어내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게다가 지금 종북 세력이 퇴출 당해야 하는 이유는 북한에 편향된 사고를 가져서가 아니라 공개된 영역에서의 이성적인 토론과 진영 내부의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통한 자정 가능성을 상실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만일 사상을 이유로 정치집단을 몰아낼 수 있다면 자국민을 총살한 독재정부를 옹호하는 세력,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세력, 헌법이 보장하는 경제 민주화에 역행 하는 세력 또한 모조리 퇴출당해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진영논리의 최종판이라 할 수 있는 예의 편 가르기 식 사고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바로 한국 교회다. 죽기 직전에 “주 예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영접합니다. 아멘” 한 번만 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몇몇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심판의 횃불을 들고 믿는 자와 불신자를 가려낸다.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예수가 아니면 사탄 마귀일 뿐이다.

“국회를 백프로 점령하고 예수 안 믿는 놈들은 감방에서 5년”, “끝까지 예수 믿으라고 해서 안 믿으면 섬을 하나 정해 놓고 중들을 집어넣고 헬리콥터로 컵라면만 떨어뜨리자”(전광훈 목사), “예수 믿지 않으면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안 된다” (엄신형 목사), “예수천국 불신지옥” 따위의 말들을 공공연하게 내뱉는 그들이 만들려는 세상은, 비신자를 유대인으로 바꾸기만 하면 히틀러가 꿈꾸던 세상과 기막히게 닮아 있다.

인터넷의 한 맞춤법 검사기에 좌빨좀비를 입력하면 위처럼 대치어를 제시해 준다. 좌파 쪽에서 우파 세력을 일컬어 수구꼴통이라 비하하는 것처럼 우파 쪽에서 좌파 세력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진영이 늘 옳은 경우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부비판이 단절되고 집단주의만 남아 똘똘 뭉치기 시작할 때 그 집단은 괴물이 된다. 그 괴물을 키우는 주된 자양분은 바로 진영논리와 피해의식이다. “일부 목사들이 비리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착한 기독교인이 더 많지 않느냐”는 논리와, 선거 부정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조사위에 당원 모욕 줄 권리 없다” 는 이정희의 논리는 같은 토대 위에 서 있다.

사탄 마귀가 아니어도 조용기를 욕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을 욕한다고 조중동의 프레임에 놀아나는 것도 아니다. 기독교인의 교회 비판이 사라질 때, 좌파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가 진영 논리에 묻힐 때, 기독교인은 개독이 되고 좌파는 좌좀이 된다.

교회에서는 아무런 의심 없는 믿음을 ‘신실한 믿음’ 이니 ‘굳센 믿음’ 따위로 표현할 지 몰라도 보통은 그런 믿음을 ‘맹신’ 혹은 ‘광신’ 이라 부른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을 하지만 ‘좀비’는 아무런 생각도 의심도 없이 사념만 남아 활동하듯이 말이다.

좌파와 좌좀사이 혹은 기독과 개독사이,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강동경/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Yess_twit/웹場 baram.khanco.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081512572&code=900312